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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세계의 놀라운 확장은 예술의 보이지 않던 경계까지 허물었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영역이 나날이 펼쳐지는 가운데, 특히 미술계의 변화에는 기존 아트컬렉터와 팬을 넘어 모두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에디터. 황은비
6월 22일, 글로벌 온라인 아트 플랫폼을 추구하는 에이트(AIT, Art Investment Technology)가 베타 버전 플랫폼 <에트나>를 론칭하며 같은 날 한국 현대미술계의 대표작가 이건용의 인터랙티브 NFT작품 ‘Digital Bodyscape 76-3’을 판매했다. 이건용 작가의 첫번째 NFT작품은 그의 바디스케이프 퍼포먼스가 처음 시작된 `1976’년을 기념해 총 1976개로 선보였다. 에이트와 긴밀한 협력으로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결과물은 매우 순조롭게 민팅되었고, 오는 7월 8일까지 퍼블릭 판매를 이어간다.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작가(1942년생)는 현재 국내에서 매우 핫 한 거장 작가 중 한 명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당대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흐름의 최전선에서 미술의 본질과 존재론적인 방법에 대해 실험을 지속하며 자신의 신체와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관계성에 주목하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설치, 회화 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품은 미술계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지만, 특히 최근 글로벌 메이저 갤러리 페이스 갤러리와 갤러리 현대, 리안 갤러리 등에서는 이건용 작가의 전시가 열릴 때마다 작품이 거의 솔드 아웃 되며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아트 컬렉터들이 갤러리마다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트에서 발행한 이번 이건용의 NFT작품은 NFT아트를 사랑하는 디지털 커뮤니티의 아트팬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건용의 페인팅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기존의 아트컬렉터들 또한 매우 관심있게 지켜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건용의 NFT작품 런칭 포스터
디지털아트 NFT 발행과 거래, NFT 플랫폼 운영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하는 플랫폼 에트나를 선보이는 에이트는 국내에 가장 오래된 상업 갤러리인 갤러리현대의 도형태 대표와 가상현실, 3D 모델링과 관련한 세계적인 인지도와 기술력을 갖춘 알타바 그룹의 구준회 대표가 함께 설립한 회사. 에트나는 기존 미술계 안에서 활동을 이어온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아트를 제작해 NFT로 선보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무대와 미래의 예술을 위한 통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오랫동안 갤러리현대에서 프로모션해 온 이건용 작가가 에이트의 플랫폼 에트나에서 자신의 첫번째 NFT를 선보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건용 작가는 지난 2월 <월간미술>에서 “근래 화제가 되는 NFT를 알아갈수록, 내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장소(공간)’, ‘몸(신체)’, ‘관계(소통)’라는 핵심 키워드를 떠올리게 된다. 격동의 20세기를 살아온 내게 오래된 세 단어가 품은 풍성한 의미가, 다가올 디지털 세상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할 NFT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고 말하며, MZ세대가 주를 이루는 NFT아트 시장에 매우 열린 마인드를 보여 주어 미술 관계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바 있다.
작가는 “예술의 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체입니다. 특히 작가의 신체는 가장 탁월하고 가장 직접적인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늘 말해왔다. 사진은 실제 퍼포먼스 모습과 작품. 사진제공. 갤러리현대
에이트와 이건용 작가가 지난 수개월간 협력해 완성한 NFT작품은 작가가 캔버스 앞에서 그린 바디스케이프 퍼포먼스 연작 중 하나를 디지털 세계로 옮긴 ‘Digital Bodyscape 76-3’이다. 바디스케이프 퍼포먼스란 작가가 캔버스를 등지거나 옆으로 두거나 때론 캔버스 뒤에 서서 앞면에 그림을 그리는 여러 형태의 퍼포먼스를 일컫는다. 자세나 행위에 따라 그림도 여러가지 모양으로 나타난다. 하트, 천사 날개, 사람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 중 에이트와 함께 선보인 연작은 바로 하트 모양의 인터랙티브 NFT작품이다.
이건용의 인터랙티브 NFT 작품 제작을 위해 에이트는 이건용 작가의 아바타를 제작했다.
신체가 대상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을 경험적인 결과물로 완성하는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 작업을 디지털 세상 안에서 재현함으로써 작가는 회화와 신체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펼쳐냈다. 이를 위해 에이트는 이건용 작가의 아바타를 구축해 ‘디지털 바디스케이프 76-3’ 구매자가 NFT작품 안에서 이건용의 아바타를 사용해 직접 하트모양의 퍼포먼스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번 NFT작품은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를 선보이는 과정을 경험할 뿐 아니라 결과물을 소유하는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더 나아가 구매자가 물감의 색상을 직접 선택할 수도 있기에, 결국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갖게 된다.
에트나 플랫폼에서 이건용의 NFT작품을 구매하면 위와 같은 리빌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퍼포먼스가 갖는 즉흥성에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예측불가능성이 더해져 탄생한 ‘디지털 바디스케이프 76-3’은 이건용의 작품 세계가 디지털 세상으로 확장되는 최초의 장면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더불어 작가중심주의 예술관의 해체와 작품-관객 상호작용의 새로운 의미 탐색을 시도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기에 ‘디지털 바디스케이프 76-3’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는 이러한 고유성과 개별성에 의해 앞으로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여진다. 최초 작품 퍼포먼스가 시작된 연도를 기념해 총1976개로 선보인 이번 작품은 <에트나> 웹사이트(www.etnah.com)에서 7월 8일까지 판매한다.
김이신 CMO, ㈜에이트(AIT)
매일경제신문사 주간지 <시티라이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마담휘가로>, <노블레스> 피쳐 디렉터와 <아트나우> 편집장을 거쳐 국내 아트 컬렉터들에게 현대미술작가 및 글로벌 아트 이슈를 전해왔다. 현재는 디지털아트 NFT 플랫폼 '에트나' 운영사인 (주)에이트(AIT, Art Investment Technology)의 CMO를 맡고 있다. 2018-2019 아티커버리 전문가 패널, 2018-2019 몽블랑 후원자상 노미네이터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