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기본으로 유언과 유품, 장지 선정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도 장지 선정은 유언과 유품에 비해 선뜻 정하기 어려운 느낌이 드는데요. 비용과 사용 시점, 적법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택에 앞서 장사의 기본 개념과 법률적 지식을 알고 있다면 판단이 좀 더 수월해지겠죠.
법률에 의거한 장사 방법은 총 세 가지입니다.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는 매장(매장 시설 구역을 묘지라고 하죠), 유골을 봉안 시설에 안치하는 봉안,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 식물 아래나 주변에 묻는 자연장 등으로 분류됩니다. 그럼 각각의 여건과 특징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보도록 할게요.
매장
누군가 고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흔히들 푸른 잔디에 봉긋한 묘지가 떠오를 겁니다. 전통적으로 매장이 가장 일반적이었고, 명절이면 벌초를 가는 관습이 남아있으니까요. 매장이 한국의 장사 문화로 정착된 데는 유교의 영향이 큽니다. 성리학이 조선의 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체의 훼손을 금기시했고 화장은 억제됐었죠.
장지를 사설묘지로 고려하고 있다면, 우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 2020.1.7] 사설묘지의 설치 기준에서 장소를 일부 제한하기 때문인데요. 묘지는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 지역과 학교, 공중이 수시로 모이는 시설 등의 장소로부터 개인, 가족묘지에 한해 300m 이상 떨어져야 하고, 하천구역이나 그로 예정된 지역에서는 200m 이상 떨어져야 합니다. 도로, 철도 선로 등에도 제한이 있으니 사설묘지 설치에 관한 조항을 숙지하기 바랍니다. 설치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장이나 구청장 등에 신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어요.
수정 요청 내용은, 법률 시행령 <사설묘지의 설치기준(제15조 관련)>에서 명시하는 내용과 상이하므로, 법률에 근거한 내용을 그대로 남겼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시행령 pdf 파일을 따로 첨부해드릴게요.
매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장사법에 의거, 어디든 묘를 설치한지 30년이 지나면 철거해야 한다는 사실인데요. 기간이 만료돼서도 그대로 두면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됩니다. 연장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1회에 한해, 30년까지만 가능합니다. 묘지가 많아지면서 국토가 훼손되는 심각성 때문에 나온 시책입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에서는 소위 말하는 명당 장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매장을 고려 중이라면 매장 지역과 지불 비용, 지속성 등을 골고루 고려해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봉안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의 화장률은 이미 전국 84.6%에 달했고, 수도권은 89%로 집계됐습니다. 화장에 압도적으로 몰리는 추세인데요. 성묘 등 장지를 관리해야 하는 짐을 대물리지 않으려는 현세대의 배려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화장한 골분을 봉안할 시 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한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봉안 시설에는 네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무덤 형태의 봉안묘, 건축물 안에 안치하는 봉안당, 탑 형태의 봉안탑, 벽과 담 형태인 봉안담입니다. 봉안묘는 전통식 매장이 아쉬운 이용자에게 형태상 대안이 될 수 있겠죠. 그 외 봉안당, 봉안탑, 봉안담은 대게 현대식 건축으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관리 방식은 시설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눌 수 있는데요. 건축물 안에 안치하는 봉안당을 제외한 봉안묘, 봉안탑, 봉안담은 모두 실외입니다. 실내 봉안당은 비교적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공기 순환과 습도 유지 등 적절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봉안당을 고려할 시, 평소에 세심하게 관리 되는 곳인지 냄새와 온도 등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최근 봉안 시설의 추세는 고인 안치 외에도 유가족의 쉼을 위한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정원이나 공원을 조성해서 사색하며 쉬어가도록 하죠. 문화 행사가 치러지는 공간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장사시설과 문화시설을 같이함으로써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 것입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화장 시설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화장률을 90%로, 자연장지 이용률을 3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장사법에서도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서 ‘묘지 증가에 따른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시책을 강구하고 시행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네요. 나중에 조급해지지 않으려면 원하는 봉안시설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연장
현대에는 유교적 관습이 옅어지고, 생활양식이 일인 혹은 핵가족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장례에 대한 인식도 봉안에 이어 자연장을 선호하는 추세인데요. 나무나 화초, 잔디 등의 주변에 골분을 묻는 장사를 자연장이라고 합니다.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 특정 식물을 따 이름 붙인 것을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죽은 몸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 자연스러운 회귀로 보이죠.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자연장을 할 시, 자연장 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합니다. 개인이나 가족자연장지의 경우 1개 소만 조성할 수 있으며, 면적은 100㎡ 미만이어야 합니다. 넣고 싶은 유품이 있어도 골분과 흙 용기 이외 다른 물건은 넣을 수 없습니다. 생화학적으로 분해 가능한 용기를 써야 하고, 땅 속 30㎝ 이상 깊이로 묻습니다. 용기에 담지 않을 경우는 골분을 흙과 섞어 묻습니다. 보건위생상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붕괴나 침수의 우려가 없는 곳이어야 하며, 금지 구역에 조성할 시에는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으니 주의하세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다른 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자연장을 할 시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수목장림이나 그 외 자연장지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2022 제2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보면, 친자연적 장례 문화의 확산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자연장지를 조성하는 공공법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자연장지 조성을 위한 토지 소유에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자연장이 늘어날 것을 의미하죠.
장례식장 산업은 연간 7% 이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소에 죽음을 염두하고 인지하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도 늘어났죠. 장례 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 지금, 장지를 미리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