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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올해 대학 강단에 선 김미솔 교수는 유학 중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오늘 에덴낙원을 찾았습니다. 조부모님이 함께 모셔진 곳에서 오래된 가족사진을 마주하며 세대를 이어온 믿음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겼습니다.
에덴낙원의 첫인상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저는 유학 중이어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부모님께서 장례식 사진과 에덴에서 가족들이 함께한 사진들을 휴대전화로 보내주셨어요.
사진 속 에덴은 제가 생각했던 장묘시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할머니를 추모하는 모습도 따뜻했고, 아름다운 주변 풍경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부터 어떤 곳인지 궁금했고, 한국에 돌아가면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귀국 후에는 교수 임용을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올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야 찾아뵙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오늘 직접 와보니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에덴낙원은 훨씬 아름답고 평안한 곳이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좋은 곳에 함께 모셔져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곳에 이제야 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에덴에 자리를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셔서 한 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다른 곳에 모셔져 계셨는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할아버지도 이장하여 두 분을 에덴에 함께 모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이미 이곳에 자리를 마련해 두셨고, 아버지의 큰누님이신 큰고모님 부부도 미리 자리를 준비하셨어요.

가족들이 이렇게 한곳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조부모님 두 분의 추모를 위해 앞으로도 가족들이 함께 방문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조부모님을 정성껏 모시고, 가족들의 앞날까지 생각하며 준비하신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에덴은 저희 가족에게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만남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봉안당 키오스크에서 오래된 가족사진들을 긴 시간 보셨는데 어떤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부모님께서 오래된 사진들을 정말 정성스럽게 정리해 놓으셨더라고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흑백 결혼사진도 있었고, 젊은 시절의 두 분 모습, 고모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그리고 저희 아버지가 어린아이였을 때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를 직접 뵌 적이 없으니까 사진 속 젊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할머니와는 다른, 젊은 시절 아름다우셨던 할머니의 모습도 새로웠고요. 그리고 제 백일 사진도 기억에 남습니다. 할머니를 비롯해 친척들이 함께 모여 제 백일을 축하해 주는 사진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사랑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가족사진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평범한 일상이었을텐데,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되잖아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져 온 가족의 역사와 그 안에서 받은 사랑을 생각하니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왔지만, 오히려 제가 어떤 가족 안에서 자라왔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대학교수로 새로운 출발을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기도와 사랑이 큰 힘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교수 임용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로 마음을 쏟아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때 저를 위해 특별히 기도해 주신 분이 계십니다. 아버지의 큰누님이신 큰고모님이세요. 충신교회 권사님이신데, 매일 새벽기도에 나가시는 신실한 분이십니다. 평생 기도로 가족을 돌보고 지켜오신, 저희 집안의 신앙의 어른이시죠.
그런데 고모님께서 제 교수 임용을 위해 기도하시면서 매일 새벽 하나님 앞에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 김미솔 왔습니다.” 마치 제가 직접 새벽기도에 나온 것처럼, 제 이름으로 하나님 앞에 출석하는 마음으로 기도해 주신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참 뭉클했습니다. 제가 미처 기도하지 못하는 시간에도 저를 대신해 기도의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이 계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오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가족들의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그 감사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오래전 조부모님께서 예수님을 믿고 자녀들을 말씀으로 양육하셨고, 그 자녀들이 이제는 또 다른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살아가고 계신 것이잖아요.
부모님께서도 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 혼자 노력한 것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오랜 기도와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고모님을 위해, 부모님과 모든 가족을 위해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받은 믿음과 사랑을 학생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셨는데, 유럽의 묘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유럽에서는 묘지가 일상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나 성당 주변에 묘지가 있는 것도 자연스럽고, 묘지에서 산책하거나 꽃을 놓고 잠시 머무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묘지나 오래된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하고, 결혼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장묘시설을 조금 멀리하거나, 슬프고 무거운 장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에덴에 와서 무척 놀랐습니다. 가을 날씨가 너무 아름다웠는데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나들이를 오고 어린아이들도 함께하고 있었거든요. 많은 분이 정원을 산책하고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유럽에서 경험했던 문화가 떠올랐어요. 누군가를 추모하는 장소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분리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오늘 방명록에도 글을 남기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마음을 담으셨나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래전 두 분께서 예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시작하셨고, 자녀들을 말씀 안에서 양육하셨습니다. 그 믿음이 부모님과 고모님,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에게 이어졌고, 이제는 저희 세대까지 전해졌다는 것이 참 귀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할아버지를 직접 뵌 적도 없고,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오늘 오래된 가족사진들을 보면서 두 분의 삶이 제 삶과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남겨주신 믿음은 지금도 가족들의 삶 속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매일 새벽 기도해 주신 고모님의 모습에서도 그 믿음을 볼 수 있었고요.

오늘 에덴에서 감사했던 것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좋은 곳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만은 아니었습니다. 두 분이 남겨주신 믿음과 사랑이 지금도 우리 가족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귀한 신앙과 믿음의 가정을 제게 전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 믿음을 잘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미솔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와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에서 전문 연주자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유럽과 국내의 다양한 무대에서 독주와 실내악 연주를 이어왔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건반악기과 조교수로 재직하며 연주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